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초라한 백범 김구 기념실, 병원 현관으로 쓰여… - 경교장

■ 잡다 스토리1

by 영통 유태경 원장 2011. 2. 25. 21:37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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초라한 백범 김구 기념실, 병원 현관으로 쓰여… - 경교장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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게재일 : 2011-02-25 조회수 : 1,667

글 / 이장희chyes7@yes24.com
1996년 10월 23일 오전, 인천의 한 아파트에 ‘정의봉正義棒’이라 쓰여진 몽둥이를 들고 한 남자가 들이닥친다. 당시 79세 집주인은 침입자가 휘두른 몽둥이에 맞아 운명을 달리하고 만다. 그렇게 처참한 최후를 맞은 이는 안두희. 1949년 김구를 암살하고 47년 뒤의 일이었다.

역사는 되돌릴 수 없다. 그래서 ‘만일 그랬다면 어떠했을까?’라고 추측해 보는 것은 부질 없는 일이다. 하지만 김구의 죽음이 암살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이 더해지는 것이 사실이다. 안두희도 결국 이데올로기가 낳은 피해자 중 한 사람. 죽기 전 시원스럽게 배후라도 말했으면 좋았겠지만 추측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으니 그저 씁쓸할 따름이다.

당시 군인 신분으로 김구를 암살한 안두희는 군감옥에서 호의호식이라는 선처와 함께 2계급 특진이라는 이해가 되지 않는 대우를 받고, 얼마 후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즉시 사면, 복귀하여 전쟁에 참여하는가 싶더니 전쟁 후에는 군납 사업으로 대성하여 오늘날에 이르렀었다.

역사란 늘 그런 식이다. 진실이 밝혀지는 것과는 상관없이 새로운 역사가 그 위를 덮는다. 결국에는 힘 있는 자가 승리하는 것처럼 보인다. 그러나 영원한 건 없는 것처럼 영원한 승자도 없다.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이승만은 독재자로 남았고, 김구는 민족의 등불로 기억되는 걸 보면.

백범 김구의 발자취를 찾기 위해 경교장을 향했다.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석을 지낸 김구는 1945년 광복 이후부터 안두희에게 암살당하던 1949년 6월 26일까지 경교장을 집무실과 숙소로 사용했다. 이 이름은 당시 적십자병원 자리에 있던 경기감영(현 경기도청)앞 개울에 놓여진 다리 이름이 경구교(京口橋), 혹은 이를 줄여 경교라고 하던 것에서 유래한다. 지금은 지하철 서대문역과 아스팔트 도로, 그 위에 고가도로까지 있으니 불과 50여 년 전의 개울과 더불어 경기도청까지 있었다는 광경은 쉽게 상상이 가질 않는다.


이럴수가. 이 앞을 수도 없이 지나 다녔건만 한 번 들르지 않았다니.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역사적인 장소 근처에 안내표지판 하나 없는 건 차치하고라도 거대한 현대식 병원의 현관으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은 비극적인 경교장의 단면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는 건 아닐까.


사전에 정보가 없다면, 내부에 백범 기념실이 있다는 것 조차 알기가 쉽지 않다. 일단 병원에 들어서야 한다는 말. 어색한 기분으로 2층으로 올라간다.

육군장교 안두희가 백범김구를 암살하기 위해 총을 들고 지났을 그 계단을 따라… 병원 중앙공급실 옆, 2층 구석에 마련된 방 하나짜리 기념실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.



처음 임시정부가 광복을 맞고 중국에서 돌아올 때 사용하고자 했던 곳은 조선총독부 건물이나 덕수궁이었지만, 미국이 허락하지 않아 부득이 거처로 기증받은 경교장을 사용하게 되었다. 이승만 대통령이 살았던 이화장은 잘 보존되고 있는 것을 비추어 보면, 정말 초라하기 그지 없다. 우리 헌법 첫 머리에 나오는 말. '정부는 3.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'. 과연 그런 말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.

국회의원들이 가장 감명 깊게 읽었다는 책. '백범일지'에서 한 부분을 발췌해 본다.


세 가지 소원

“네 소원이 무엇이냐?” 하고 하느님이 물으시면,
나는 서슴지 않고 “내 소원은 대한 독립이오” 하고, 대답할 것이다.
“그다음 소원은 무엇이냐?” 하면,
나는 또 “우리나라의 독립이오” 할 것이요,
또 “그다음 소원이 무엇이냐?” 하는 셋째번 물음에도,
나는 더욱 소리를 높여서
“나의 소원은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독립이오” 하고 대답할 것이다.

-‘백범일지’ 중에서


그가 떠난 지 60여 년.

우리나라의 자주독립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.

지금은 서울시와 병원 측의 합의로 경교장 전체를 원형대로 복원 중이다. 백범 김구에 대해 추가적으로 알고 싶은 사람은 용산의 백범 기념관을 찾아보시길.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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